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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조상을 찿아서  (海史 林承翼 조부님)

임 종 상

 

임 휘승익(林承翼) 조부님의 자는 경하(景河) 이고 호는 해사(海史) 이시다. 부안임씨 시조이신 휘 계미(季美)의 26대손이시고, 부친 휘 형석의 둘째 아들로 월곶면 개곡리에서 태어나셨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선생 문하에서 사사 받으셨고 갑오경장과 동학 농민 봉기등으로 혼란한 시절인 갑오(甲午)1894년 사마시(司馬試)에 등과(登科) 장원급제하여 정3품 통정대부 돈녕부 도정(通政大夫 敦寧府 都正)에 제수(조선왕조실록)되셨다.

 

그 무렵 서하공(西河公)의 18대손인 하운공 임재호(林在皞)께서 실존된 서하공의 묘소를 찾으려 모진 고생과 7년간 송사를 진행하다가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병으로 타계하셨다. 이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신 해사공께서 선조의 가승문집 세보 지석등을 가지고 공의 특출한 문장로 고종황제에게 직접 상주하셨고,  고종25년 2월 어명판결(御命判決)을 받으셨습니다.  서하공의 600여년 동안 실전된 묘소를 찿아 현재에 이르게 된 것으로 우리 가문(家門)에 큰 공과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옆면의 한시는 과거시험(司馬試)문제 제목과 이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한 답안지로 시험과제는 “其見天地之心 천지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시로 쓴 것입니다.

시제(과거시험 문제)를 보고 짧은 시간에 이러한 답을 시로 표현하셨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당시의 과거시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종중의 문화재급 보물이라 할 것입니다.

 

원본을 사진으로 찍어  문화재 복원 업무를 하는 지인 한학자에게 번역을 의뢰했는데, 몇 일후 답변이 “주역의 철학과 태평성대를 노래한 것으로 단순히 사전식의 해석으로는 올바른 번역이 되지 않는다. 사전과 전거(역사 속에서 말이나 문장의 근거가 되는 문헌상 출처를 찾아 해석)를 통하여 번역해야 한다.”며 문화재 고서적 전문위원인 권경렬 박사에게 재의뢰 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원본은 휘 승익의 5대 손인 임종철 종중이사가 소중히 보관하고 있으며 훌륭한 조상의 발굴과 선양 차원에서 번역하여 공개한 것입니다.

 

 

 

통정대부 돈령부 도정 부안임공 휘 승익 공덕비

 

공의 성은 임씨요 관향은 부안 이시고 자는 경하요 호는 해사이시며 휘는 승익이시다. 서하공 춘의 19대손으로 순조 계미 12월 20일에 김포군 월곶면 개곡리에서 태어나시다. 일찍이 추사 김정희선생 문하에서 사사 받으셨다.

 

갑오 사마시에 등과 장원급제하여 통정대부 돈녕부도정에 제수되시어 내직에 계시었다.  당시 서하공의 18대손인 하운공 재호께서 실존된 선조 묘소를 찾고자 7년 송사를 이어 왔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병고타계 하시니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마침내 해사공이 선조의 가승문집세보 지석등을 상고하여 이를 가지고 공의 특유한 필치로 고종황제에게 직접 상주하여 고종 25년 2월 어명판결을 득하였다. 이로서 600여년이나 실전 되었던 선조의 묘소와 산판을 도로 찾아 오늘에 이르니 우리 후손들이 보다 더 기쁜 일이 있으리요. 이에 종인들의 정성을 모아 해사공의 공덕을 기리는 공덕비를 세워 영세불망하노라.

 

▲ 해사 휘 승익 교지

 

▲ 해사 휘 승익 사마시 장원급제 문

 

1)<천지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시 其見天地之心 詩

2)삼십육궁이 모두 봄이니   

월굴, 천근은 고금이 다르지 않네 

 

3)이십사절기의 중간4)양이 약하게 생겨나고

5)일만팔천세 가 지나도록 원기가 이어지네 

 

가을 등불 아래서 주역을 반복해 읽으니 

조화와 6)기함(機緘)의 이치가 깊고도 깊네

 

7)여도(驪圖) 에서 특별히 육십사괘를 도출하니 

천지는 원래 만물을 내는 마음을 지녔다네 

 

8)삼재(三才)의 큰 덕이 제 자리를 잡으니 

신공으로 만물을 길러내는 천명이 공경스럽네 

 

9)손방(巽方)에서 정제하고 진방(辰方)에서 나오니  

저 혼돈의 태초부터 기운이 가득하였다네 

 

10)잠양(潛陽)이 소식하여 칠일 만에 회복하니   

11)지뢰괘(地雷卦)의 효(爻)에서 정미한 이치를 찾아보네    

 

향기는 흰 매화가 꽃을 피울 때 생기고   

음률은 12)황종(黃鐘)에서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네   

 

상인은 13)폐관(閉關)하는 날에 다니지 않고

14)운물(雲物)15)영대(靈臺)에서 삿된 기운을 살피네

 

16)생화(生花) 한 가지가 역문(易門)에서 빛나니 

땅의 형세는 망망하고 하늘의 이치는 깊네   

 

17)정모(征茅)는 성대에 대운을 열고

18)석과(碩果)를 경계삼아 박괘(剝卦)의 음을 없애네  

 

19)생생(生生)의 한 이치를 늘 염두에 두니  

지축(地軸)과 천문(天文)이 밝고도 삼엄하네 

 

각종 화초가 20)옥우(玉宇)가에 선명하고

만물이 밝게 21)영해(瀛海)가에서 소생하네 

 

하늘은 아버지가 되고 땅은 어머니가 되니   

22)여섯 자식 분배하여 화기가 넘치네 

 

산천초목을 두텁게 받쳐 주고   

일월성신이 항상 밝게 비춰 주네 

 

23)춘대(春臺)의 옥촉(玉燭)에 만족해하니

비바람이 적절하여 뜨겁거나 음침함이 없네   

 

남쪽 육지의 여름철 화기(火氣)도 그러하고 

서쪽 교외의 가을철 24)금덕(金德)도 그렇다네  

 

일 년 같은 긴 밤에 잠이 홀연 깨어

서재에서 사물을 완미하며 옷깃을 자꾸 가다듬네

三十六宮都是春

月窟天根古猶今

 

中卄四節微陽動

閱萬八歲元氣斟

 

䆋燈周易讀三復

造化機緘深且沈

 

驪圖特揭八八卦

天地元來生物心

 

參三大德正位居

育萬神功明命欽

 

齊乎巽方出乎震

粤自鴻濛葱且林

 

潛陽消息七日復

地靁爻中精義尋

 

香生白梅綻芳葩

律協黃鐘聽大音

 

商人不行閉關日

雲物靈臺方察祲

 

生花一枝耀易門

地勢芒芒天理深

 

征茅聖世啓泰運

碩果他山銷剝陰

 

生生一理著心瀍

坤軸乾文昭且森

 

群芳的爍玉宇邊

萬品昭蘇瀛海潯

 

天爲父兮地爲母

六子分排和氣淋

 

山川草木卽厚載

日月星辰恒赫臨

 

春臺玉燭皞皞如

雨雨飌飌無烈淫

 

非徒南陸夏節火

不翅西郊秋德金

 

如年長夜睡忽覺

玩物芸牕頻整襟

 

 

 

 

1) 천지의 …… 있다 : 과거 시험 제목으로, ≪주역(周易)≫ <복괘(復卦)>의 단사(彖辭)에 “<복괘>를 통해서 천지의 마음을 알 수 있다.[復 其見天地之心乎]”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따라서 이 답안은 <복괘>와 동지에 관한 여러 가지 전고를 인용하여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내용이 주를 이른다.

2) 삼십육궁이 …… 봄이니 : 송(宋)나라 소옹(邵雍)이 〈관물음(觀物吟)〉에서 “이목 총명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으니, 천지조화가 부여한 것이 빈약하지 않도다. 월굴을 찾아야만 물을 알게 되는 법, 천근을 밟지 않으면 사람을 어떻게 알까. 건괘가 손괘를 만난 때에 월굴을 보고, 지괘가 뇌괘를 만난 때에 천근을 보는도다. 천근과 월굴이 한가히 왕래하는 중에, 삼십육궁이 모두 봄이로구나.[耳目聰明男子身 洪鈞賦與不爲貧 須探月窟方知物 未?天根豈識人 乾遇巽時觀月窟 地逢雷處見天根 天根月窟閒往來 三十六宮都是春]”라고 읊은 데에서 나온 것이다. 성호는 이에 대해 “월굴은 음(陰)의 뿌리이니 음의 뿌리는 양이고, 천근은 양(陽)의 뿌리이니 양의 뿌리는 음이다.”라고 하였고, 또 “사람은 양에 속하고 물(物)은 음에 속하며, 양은 하늘을 맡고 음은 달을 맡았으니, 사람을 알려면 하늘을 알아야 하고, 물을 알려면 달을 알아야 한다. 하늘을 아는 것도 그 뿌리로부터 추구해야 하고, 달을 아는 것도 그 굴(窟)로부터 추구해야 하니, 그러므로 천근을 밟아 사람을 알고, 월굴을 더듬어 물을 안다고 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星湖僿說 卷29 詩文門 天根月窟≫

3) 이십사절기의 중간 : 동지(冬至)를 가리킨다. 고대 역법에서 태양력의 24기(氣)를 음력 12달에 배정시키면서, 음력에는 매달 2기가 있게 되는데, 달 초에 있는 것을 절기(節氣)라고 하고, 달 중간에 있는 것을 중기(中氣)라고 하여 총 24절기를 두었다. 24절기의 중간은 중기(中氣)의 시작 부분인 동지(冬至)이며, 이후로 대한(大寒)ㆍ우수(雨水)ㆍ춘분(春分)ㆍ곡우(穀雨)ㆍ소만(小滿)ㆍ하지(夏至)ㆍ대서(大暑)ㆍ처서(處暑)ㆍ추분(秋分)ㆍ상강(霜降)ㆍ소설(小雪)이 중기에 해당한다.

4) 양이 …… 생겨나고 : 동지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주역≫에서 음효(陰爻) 일색인 곤괘(坤卦)에서 양효(陽爻) 하나가 아래쪽에서 생겨나면 복괘(復卦)가 되는데, 이를 만물이 태동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았다.

5) 일만팔천세 : 오랜 세월을 뜻한다. 태고 시대 전설적인 성왕(聖王)인 삼황(三皇) 중에 천황씨(天皇氏)는 형제 12인이 각각 1만 8천세씩 왕위를 누리었고, 지황씨(地皇氏) 또한 형제 11인이 각각 1만 8천세씩 왕위를 누렸다는 데서 온 말이다. ≪十八史略 太古篇≫

6) 기함(機緘) : 기관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 사물이 발생하고 변화하는 운세를 가리킨다.

7) 여도(驪圖) : 하도(河圖)와 같은 의미로, 중국 전설상의 임금인 복희씨(伏羲氏) 때 황하(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새겨진 그림으로, 1에서 10까지의 수가 반점의 형식으로 배열되어 있다. 복희씨가 이를 보고 ≪주역≫의 팔괘(八卦)를 그렸다고 한다.

8)삼재(三才) : 하늘, 땅, 사람을 가리킨다.

9)손방에서 …… 나오니 : 천도가 순환함을 말하는 것이다. ≪주역≫ <설괘전(說卦傳)>에 “상제가 동방인 진(震)에서 나와서 동남방인 손(巽)에서 깨끗하게 정제한다.[帝出乎震 齊乎巽]”라고 한 데서 나왔는데, 여기서 상제는 우주 만물을 주재하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천도(天道)를 가리킨다.

10) 잠양이 …… 회복하니 : 잠양은 잠복해 있던 양이라는 뜻으로, 완전히 음효(陰爻)로 이루어진 곤괘(坤卦)에서 복괘(復卦)가 되면 내면에 잠복해 있던 양효(陽爻)가 하나 생겨나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주역≫ 복괘에 “복은 형통하여 나가고 들어옴에 병이 없어서 벗이 와야 허물이 없으리라. 그 도를 반복하여 7일 만에 와서 회복하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復 亨 出入无疾 朋來无咎 反復其道 七日來復 利有攸往]”라고 하였는데, 이 때 일(日)은 월(月)과 같은 개념으로 7개월 만에 음양(陰陽)이 서로 교체됨을 말하는데, 5월에 해당하는 구괘(?卦)에서부터 양이 사라지기 시작하여 다 없어졌다가, 그 후 7개월 만인 11월 복괘(復卦)에 이르러 양이 다시 생기기 시작하여 회복하는 것을 가리킨다.

11)지뢰괘(地雷卦)의 효(爻) : 복괘(復卦)의 맨 아래쪽에 생겨나는 하나의 양효(陽爻)를 가리킨다. 복괘의 모양이 지(地)를 뜻하는 곤괘(坤卦)와 우뢰[雷]를 뜻하는 진괘(震卦)의 결합으로 되어 있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12) 황종(黃鐘) : 동양 음악의 12율(十二律)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음이다.

13)폐관(閉關) : 동짓날을 맞아 황제가 사방의 제후국을 순시하는 일을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복괘(復卦) 상사(象辭)에 “선왕이 복괘를 보고서, 동짓날에는 관문을 닫게 하고, 행상인의 출입을 금지시키며, 임금 자신은 지방을 순행하지 않는 것으로 경계를 삼았다.[先王 以 至日閉關 商旅不行 后不省方]” 하였는데, 이는 땅속에서 싹트기 시작하는 지극히 작은 하나의 양기(陽氣)를 보전하려는 경건한 마음에서 발로된 것이다.

14) 운물(雲物) : 구름의 빛을 가리킨다.

15) 영대(靈臺) : 주나라 문왕(文王)의 누대 이름으로 천기(天氣)를 살펴보던 곳이다.

16) 생화(生花) : 생동감이 넘치는 조화의 흔적을 말한다. 송(宋)나라 때의 학자인 정자(程子)가 “공자(孔子)와 맹자(孟子)의 구분은 다만 성인(聖人)인가 현인(賢人)인가를 구별할 뿐이다. 예컨대 맹자가 만약 공자가 하시던 사업을 하셨다면 진실로 다 하실 수는 있으나 다만 성인과 똑같이 하기가 어려울 따름이다. 비유하면 채색 비단을 오려서 조화(造花)를 만들어도 꽃모양은 모두 똑같지만 다만 저 생화(生花)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조화(造化)의 공(功)이 없을 뿐이다.”라고 한 것에서 나왔다.

17) 정모(征茅) : 많은 현인들이 등용되어 함께 조정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주역≫의 태괘(泰卦)는 하늘과 땅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사귀는 형상인데, 그 초구(初九) 효사(爻辭)에 “띠 풀을 뽑음이라 그 무리로써 가는 것이니, 길하다.[拔茅茹 以其彙征 吉]”라고 하여, 군자(君子)가 벗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을 말하였다.

18) 석과(碩果) : 큰 과일로서, 성대한 세력의 소인배들의 핍박을 받으며 위태로이 남아 있는 군자를 가리킨다. 박괘(剝卦)가 다섯 개의 음(陰) 위에 하나의 양(陽)이 있는 상인 것을 가지고 비유한 것으로, ≪주역≫ <박괘(剝卦)>의 상구(上九)에 “큰 과일이 먹히지 않은 것이니,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집을 허물리라.[碩果不食 君子得輿 小人剝廬]”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19) 생생(生生) : 사물을 낳아 길러주는 이치를 말한다.

20) 옥우(玉宇) : 임금의 궁궐을 가리키는 말이다.

21) 영해(瀛海) : 큰 바라를 말하는데, 중국에 대해 외방인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22) 여섯 자식 : 팔괘(八卦) 중에서 방원도(方圓圖)의 양대 기준점이 되는 건(乾)과 곤(坤)을 제외한 태(兌)ㆍ리(離)ㆍ진(震)ㆍ손(巽)ㆍ감(坎)ㆍ간(艮) 육괘(六卦)를 말하는데, 부모 격인 건ㆍ곤에 대해 아들과 딸들이 되므로 여섯 자식[六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23) 춘대(春臺)의 옥촉(玉燭) : 춘대는 태평성대를 가리키고, 옥촉은 ≪이아(爾雅)≫ 석천(釋天)에 “사시의 기운이 화창한 것을 옥촉이라고 한다.[四氣和謂之玉燭]”라고 한 것에서 나온 것으로, 임금의 덕이 만들어내는 세상을 가리킨다.

24) 금덕(金德) : 고대 음양가(陰陽家)들이 오행을 설명하면서, 금과 가을, 서쪽을 관련지어 분류하였다.

 

 

(번역자 의견)

변려문(騈儷文) 형식으로 작성된 시권(試券, 시험 답안)이다 보니,

내용의 순조로운 연결보다는 운자(韻字)에 맞춰 잡박한 전거(典據)를 많이 제시하는 게 이런 시(詩)의 특징입니다.